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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PART II/STORY 14

STORY 14 · PART II · 몸은 먼저 알고 있었다

등은 기억한다

〈지게꾼〉 · 1958

글 변정훈

지게꾼
〈지게꾼〉 · 1958

등보다

짐이 컸다.

사람은

그 아래 있었다.

등은

하루아침에 굽지 않는다.

짐을 지고.

내려놓고.

다시 지고.

하루가

등 위에 올라오고

또 하루가

그 위에 얹혔다.

나는

그 등을 그렸다.

곧은 선 하나로는

굽은 등이 나오지 않았다.

선을 하나 더 그었다.

또 하나.

선이 늘수록

등이 더 무거워 보였다.

“선이 너무 많소.

조금 지워 드리겠소.”

짐꾼이

붓이 닿지 않게

등을 돌렸다.

“그냥 두시오.”

나는 그를 보았다.

“내가 지고 온 것들이오.”

나는 선을 지우지 않았다.

잠시 뒤

짐꾼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한쪽 발이

나왔다.

짐이

따라갔다.

다른 발이

그 무게를 받았다.

짐을 진 채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짐 아래에서

두 발이

번갈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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