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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PART II/STORY 13

STORY 13 · PART II · 몸은 먼저 알고 있었다

먼저 일어나는 무릎

〈고개 숙인 나부상〉 · 1953

글 변정훈

고개 숙인 나부상
〈고개 숙인 나부상〉 · 1953

여인이

앉아 있었다.

한쪽 다리는

접어 옆으로 뉘었고

다른 무릎은

세워 두었다.

고개는

숙여져 있었다.

나는

선을 그었다.

목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등으로.

선은

아래로 내려갔다.

“무릎을

내려도 되오.”

여인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세운 무릎의 선만 남겨 두고

붓을 놓았다.

여인이

세운 무릎에 손을 얹었다.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접어두었던 다리가

천천히 풀렸다.

한 번에

일어서지는 못했다.

다시

무릎을 짚었다.

발이 바닥을 딛고

몸이 올라왔다.

“이렇게 있어야

얼른 일어나요.”

나는

그림으로 눈을 돌렸다.

그림 속 여인은

아직 앉아 있었다.

고개도

숙인 채였다.

나는

세운 무릎의 선을

마저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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