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아틀라스WORKS · FŪDO · LANGUAGES

연구·비평/명화, 다시 읽기/Ⅶ 오늘의 사람들

Ⅶ — 오늘의 사람들 · No. 39 / 50

뒤샹 — 〈샘〉

Marcel Duchamp — Fountain

1917. 도기제 소변기와 서명. 원작 소실, 후대 공인 복제품 다수.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는 제작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 변시지, 『예술과 풍토』의 논지를 바탕으로 한 편집 요약

변기 하나가 옆으로 놓여 있다. ‘R. Mutt 1917’이라는 서명이 있다. 그것이 전부다.

뒤샹은 손으로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지 않았다.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선택하고, 방향을 바꾸고, 전시의 문 앞에 놓았다. 질문은 물건이 아니라 제도를 향했다.

무엇이 예술을 예술로 만드는가. 작가의 손인가, 선택인가, 전시장인가, 관객의 동의인가. 〈샘〉은 답을 주지 않고 정의 자체를 흔든다.

변시지를 뒤샹 옆에 놓기는 어렵다. 한 사람은 제도를 의심했고, 한 사람은 평생 화판 앞에 앉아 선을 그었다. 그러나 둘 다 익숙함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뒤샹은 예술의 바깥을 안으로 들였고, 변시지는 보이지 않는 바람을 화면 안에 남겼다.

한 사람은 ‘이것도 예술인가’라고 물었고, 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고 물었다.

변기는 아직 질문으로 남아 있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