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아틀라스WORKS · FŪDO · LANGUAGES

연구·비평/명화, 다시 읽기/Ⅳ 자연 앞에 선 사람들

Ⅳ — 자연 앞에 선 사람들 · No. 23 / 50

루소 — 〈잠자는 집시〉

Henri Rousseau — The Sleeping Gypsy

1897. 캔버스에 유채, 129.5 × 200.7 cm. 뉴욕 현대미술관.

루소 — 〈잠자는 집시〉 — Rousseau — The Sleeping Gypsy (1897)
Henri Rousseau, The Sleeping Gypsy, 1897. MoMA, New York. Wikimedia Commons · 퍼블릭 도메인

달빛 아래 한 사람이 잠들어 있다. 곁에는 만돌린과 물병이 놓여 있고, 사자 한 마리가 얼굴 가까이 다가온다.

위험과 평온이 같은 화면에 있다. 잠든 사람은 아무것도 방어하지 못하지만, 사자는 공격하지 않는다. 현실이라면 불가능한 관계가 꿈의 질서 안에서 성립한다.

루소는 사막을 직접 보지 않았다. 박물관과 식물원, 책과 상상 속에서 자신만의 풍경을 만들었다. 어색한 원근과 단순한 형태는 현실을 덜 닮았지만, 꿈을 더 정확하게 닮는다.

변시지의 인물도 자연 속에서 작다. 그러나 루소의 자연은 꿈속의 타자이고, 변시지의 자연은 몸으로 오래 겪은 고향이다. 하나는 상상으로 만든 낯선 풍토이고, 하나는 기억과 삶으로 축적된 풍토다.

그럼에도 둘의 침묵은 닮았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서 사람과 동물은 서로를 해치지 않고 곁에 머문다.

사자는 아직 잠든 얼굴을 바라본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