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평/명화, 다시 읽기/Ⅱ 어둠으로 들어간 사람들
Ⅱ — 어둠으로 들어간 사람들 · No. 10 / 50
호퍼 — 〈밤을 새우는 사람들〉
Edward Hopper — Nighthawks
1942. 캔버스에 유채, 84.1 × 152.4 cm. 시카고 미술관. ※ 저작권 존속 작품.
“아름다움의 본질은 감동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곳에 있다.” — 변시지, 『예술과 풍토』
늦은 밤이다. 모퉁이 식당의 유리창 너머로 네 사람이 보인다. 바깥은 어둡고 안은 밝다. 그러나 그 밝음은 따뜻하지 않다.
이 식당에는 눈에 보이는 출입문이 없다.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장소처럼 보인다. 유리는 세상을 보여 주는 창이면서 동시에 소리를 막는 벽이다. 사람들은 가까이 앉아 있지만 누구도 서로에게 닿지 않는다. 함께 있으면서 혼자인 상태, 그것이 호퍼의 도시적 고독이다.
변시지의 고독은 다르다. 호퍼의 인물들은 관계가 끊겨 혼자가 되었고, 변시지의 노인은 광대한 자연 앞에서 작아져 혼자가 된다. 호퍼의 고독은 네온과 유리와 직선이 만든 차가운 고독이다. 변시지의 고독은 바람과 돌담과 마른 풀잎색이 만든 마른 고독이다.
한쪽은 닫힌 실내에 갇혀 있고, 한쪽은 끝없이 열린 들판에 서 있다. 닫힘의 고독과 대면의 고독. 어느 쪽도 다른 쪽보다 가볍지 않다.
붉은 옷의 여인은 손을 내려다보고, 곁의 남자는 앞을 본다. 호퍼는 이야기를 주지 않는다. 장면만 남긴다. 그래서 보는 사람이 자기의 밤을 그 안에 넣는다.
불은 켜져 있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