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 빛을 붙든 사람들 · No. 02 / 50
베르메르 — 〈우유를 따르는 여인〉
Johannes Vermeer — The Milkmaid
1658–1660년경. 캔버스에 유채, 45.5 × 41 cm.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아름다움이란 아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 변시지, 『예술과 풍토』
부엌이다. 창으로 빛이 들어오고, 여인은 우유를 따른다. 그것이 전부다. 그런데 삼백 년이 지나도록 사람들은 이 장면 앞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항아리에서 그릇으로 우유 한 줄기가 가늘게 떨어진다. 베르메르는 흐르는 것을 붙들어 멈추게 했다. 멈추었는데 죽지 않았다. 바로 그 점이 이 그림의 신비다. 빛은 여인의 이마와 팔, 빵과 벽의 못 자국까지 차례로 만진다. 특별한 빛이 아니다. 어느 부엌에나 드는 아침빛이다.
그러나 평범한 빛 속에서 여인은 기도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한 가지 일에 온전히 머무는 자세가 화면을 고요하게 만든다. 변시지의 노인도 언덕에서 오직 서 있는 일, 바다를 바라보는 일에 머문다. 하나의 행위에 오래 거주하는 사람은 주변의 시간까지 낮춘다.
베르메르는 사물로 화면을 채워 고요에 닿았다. 변시지는 초가 한 채, 지팡이 하나, 까마귀 한 마리만 남겨 고요에 닿았다. 한 사람은 채워서, 한 사람은 비워서 같은 자리에 이르렀다.
기교는 배울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아침을 귀하게 보는 눈은 쉽게 배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마음의 일이다.
우유는 아직 떨어지고 있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