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ir he used to sit in. Even empty, his posture remains.
자소상 · 1986
청동, 돌 받침 · 작가 제작, 서귀포 아틀리에
그는 제 얼굴을 빚어 두었다. 머리는 무겁고, 목은 한 점으로 가늘다. 그 한 점이 전부를 받친다. 얼마나 적은 것으로 설 수 있는가 — 그의 그림이 평생 물은 것을, 이 사물이 입체로 답한다.
He shaped his own face and left it behind. The head is heavy; the neck narrows to a single point. That one point bears it all. How little does it take to stand — What his paintings asked all his life, this object answers in form.
Pungto 100
풍토100 — 도판 1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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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001 · 1978이어도풍토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서서 같은 바람을 맞고 함께 식는 일이다.No. 002 · 1986대화사람과 말은 같은 바람을 맞고 같은 자리에 머물며 함께 굽는다. 말이 없어도 같은 풍토를 견디는 것 — 그것이 대화다.No. 003 · 1985추모거주는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아니라 그 자리의 일부가 되는 일.No. 004 · 1977형제섬풍토는 배경이 아니라 조건이다.No. 005 · 1986흔들리는 수평선풍경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와 마주 서는 자세.No. 006 · 1983흔들리는 수평선기준이 흔들릴 때에도, 다가올 쪽으로 시선을 세우는 일.No. 007 · 2005흔들리는 수평선견딘다는 것은 혼자 버티는 일이 아니다.No. 008 · 1983열대의 태양이 노랑은 향토색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견딘 생명의 색이다.No. 009 · 1987한라산풍경은 사람 뒤의 배경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온 자세다.No. 010 · 2011제주 바다바다는 가르는 물이 아니라, 닿지 못해도 같은 바다 안에 있게 하는 것.No. 011 · 1989바다는 해녀의 눈물견딘다는 것은 세계를 이기는 일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을 만큼 서로에게 기대는 일.No. 012 · 2007정오견딘다는 것은 바람 없는 날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바람 속에서도 자기 길을 잃지 않는 일.No. 013 · 2007하늘로 가려는 나무낮아지면서도 끝내 위를 향하는, 위를 잊지 않는 생명의 자세.No. 014 · 1995고독휜 모양은 패배의 흔적이 아니라, 하늘을 잊지 않은 견딤의 모양.No. 015 · 1984바람 속에서모두 한쪽으로 기운 것은 바람의 서명. 견딤은 버팀만이 아니라, 부러지지 않기 위해 함께 기우는 일.No. 016 · 1991바람모두 흔들리되 아무도 물러서지 않는다. 바람이 지나가면 견딘 자세가 남는다.No. 017 · 1988풍파견딤은 상처 없이 버티는 일이 아니라, 조금씩 내어주면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일.No. 018 · 1990태풍바람은 사라져도 그것을 견딘 자리가 오래 기억한다.No. 019 · 1983태풍바람을 대하는 두 길 — 맞서거나, 함께 가거나. 견딤은 이기는 일이 아니라 부러지지 않을 만큼 함께 휘는 일.No. 020 · 1993폭풍의 바다눕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견딤은 쓰러지지 않는 일이 아니라, 다시 일어날 힘을 땅에 남겨두는 일.No. 021 · 1991폭풍누가 누구를 지키는지 알 수 없다. 견딤은 혼자 강해지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몸을 빌리는 일.No. 022 · 1984폭풍선은 윤곽을 따르지 않고 바람을 따라 그어진다. 가두지 않고 흘려보내는 선.No. 023 · 1996거친 바다, 젖은 하늘가장 큰 것들이 가장 작은 것 하나를 어쩌지 못해 숨을 죽인다. 힘으로는 삼킬 수 있으나 마음으로는 그러지 못한다.No. 024 · 2005생존 2휘는 것은 부러지지 않으려는 일, 솟는 것은 사라지지 않으려는 일.No. 025 · 1987흔들리는 조각배견딤은 흔들리지 않는 일이 아니라, 멀리 있는 존재의 흔들림을 함께 견디며 끝내 시선을 거두지 않는 일.No. 026 · 2006점 하나더 덜어낼 것이 없어서 한 점만 남았다. 가장 비어 있는 곳이 가장 꽉 찬 곳. (여백·덜어냄의 미학)No. 027 · 1976해신제기도는 신에게, 마음은 배에게. 하나의 기원이 떠난 이와 남은 이를 잇는다.No. 028 · 1982벼랑 끝이 마른 풀잎색을 칠하는 일이 곧 제주를 부르는 일. 색은 풍경을 덮는 것이 아니라 풍토를 드러낸다. 이 색이 곧 이 땅이다.No. 029 · 1979걸인바람이 걸인이라 불렀으나, 그는 바람과 구름을 지나온 사람 — 풍운아. 가진 것도 잃을 것도 없어 가볍다.No. 030 · 2010독거혼자 사는 것은 세상과 끊어지는 일이 아니다. 외로움은 빈자리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함께 깊이 머무는 자리다.No. 031 · 1990산방산견딘 만큼 모양이 생긴다. 모양은 겉모습이 아니라, 견딘 시간의 자국이다.No. 032 · 1995몰두멀어지고 비우고 물러난 끝에, 아무도 없는 한 평에 내려앉는 빛이 평화였다.No. 033 · 1984떠나는 배점처럼 작은 사람이 화면을 지배한다. 그 점이 작을수록 고독은 깊어진다. 이름 없는 그 사람은 누구나이면서 끝내 화가No. 034 · 1998다시 이어진 길변시지의 선은 끊어질 듯 가늘어졌다가 다시 이어진다. 그것이 견딤의 모습이다. 한 줄의 선 안에 한 생애가 들어 있다.No. 035 · 1979달밤달이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가린 채 밤을 비춘다. 보지 않아도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No. 036 · 1965가을 애련정화려함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버릴 줄 아는 사람만이 버릴 것을 가졌다.No. 037 · 1970창덕궁아카데미즘에서 풍토로. 재현에서 존재로, 형태에서 자세로. 너무 잘 알았기에 마침내 덜어낼 수 있었다.No. 038 · 1944자화상떠나온 곳과 아직 닿지 못한 곳 사이에서 붓으로 자신을 세운다. 세상에 홀로 던져진 자기 존재의 첫 얼굴.No. 039 · 1979바다는 해녀의 눈물바랜 색은 비어 있지 않다. 오래 바라봄은 바랜 색 안에서 오랜 울음을 찾아내는 일.No. 040 · 1979해녀깊이는 짙어져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래 견디며 바랜 끝에 비로소 생긴다.No. 041 · 2003바다는 해녀의 눈물푸른 바다가 오래 견뎌 누렇게 바랜다. 바다는 해녀의 눈물이다.No. 042 · 1979밭갈이마른 풀잎색은 삶이 오래 견딘 뒤에도 끝내 남는 살아 있는 색이다. (헌장의 색 정의 — 흙빛은 ochre가 아니다)No. 043 · 1979어머니와 생선수평선은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거리 — 닿지 못하나 끊어지지 않는 선. 서로 보지 못한 채 같은 선을 바라본다.No. 044 · 1986오름정상은 머물 자리가 아니다. 오름은 그때 내림으로 완성된다.No. 045 · 1978해촌해촌은 바다 곁에 세운 마을이 아니다. 바다와 땅이 서로의 생을 나누어 맡는 자리다.No. 046 · 1982해촌떠나는 배와 남아 있는 집, 바다의 삶과 땅의 삶이 한 풍토 안에서 이어지는 자리.No. 047 · 2002해촌말(바람·떠남·가능성)과 소(땅·머묾·지속). 머무는 자가 있어야 떠날 수 있고, 지키는 자가 있어야 돌아올 수 있다.No. 048 · 1982해변 초가뭍의 것들은 저마다 곁을 가졌으나 배 한 척만 홀로 떠 있다. 기다림은 곁을 가진 것들이 곁을 잃은 하나를 끝내 잊지 않는 일.No. 049 · 1992제주 바다둔덕 위 모든 것이 조금씩 굽어 서로를 향한다. 이 둔덕은 떠난 배 한 척이 돌아올 따뜻한 자리다.No. 050 · 1988소가 있는 풍경비어 있는 집이 아니라 잠시 자리를 비운 집. 떠남도 작별도 없는 평범한 하루의 한낮.No. 051 · 1978해변과 조랑말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은 줄어든다. 부르지 않아도 곁에 있고, 보지 않아도 함께인 — 이 고요가 제주의 일상이다.No. 052 · 1978해변과 조랑말마른 풀잎색은 자연의 색이 아니라, 기다리다 지친 생명이 시간 속에 남긴 색이다.No. 053 · 1975조랑말곧 이 색은 마른 풀잎색으로 가라앉고 온기는 고독이 된다. 둘은 서로 기대어 서 있었다.No. 054 · 2006이대로 가는 길노인은 혼자 걷는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말이 부르고, 지팡이가 일으키고, 배가 길을 낸다 — 온 풍경이 그를 데려가고 있었다.No. 055 · 1984소와 노인평생 나란히 걸은 소와 노인. 이제 둘 다 늙었으나 마주 보는 일만은 젊을 때와 같다. 그거면 된 것이다.No. 056 · 1978암소와 송아지고향이 아니라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왔다. 같은 빛이 언젠가 고독의 색으로 가라앉겠지만 — 아직은 아니다.No. 057 · 1983돌담 위 까마귀돌담 위 까마귀들이 모두 같은 바다를 바라본다. 남은 것들이 함께 바다를 보는 일 — 그것이 기다림인지도 모른다.No. 058 · 1980돌담 위 까마귀돌무덤은 죽은 돌이 아니라, 돌아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다 말을 잃은 사람들의 형상이다.No. 059 · 1981돌하르방과 까마귀돌하르방은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떠난 이를 기다리고, 말하지 않음으로써 돌아올 길을 비춘다.No. 060 · 1979까마귀와 나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고독을 아는 것 — 그것이 까마귀와 나의 대화다.No. 061 · 1997좌도 빈집, 우도 빈집삶은 주어진 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두 집 사이 비어 있는 자리 하나를 골라 자기의 온기로 채워가는 일인지도 모른다.No. 062 · 1987빈 집나무는 떠남을 향해 흔들고, 바위는 돌아옴을 향해 펴 있다. 하나는 보내고, 하나는 기다린다 — 그것이 바닷가에 사는 마음이다.No. 063 · 1980이어도빈 배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이어도는 끝내 불리지 못한 이름들을 기억한다.No. 064 · 1987이어도빈 배는 돌아오지 못한 존재의 유일한 증거. 바다는 침묵하고, 까마귀의 울음만이 그 부재를 증언한다.No. 065 · 1991이어도빈 배가 돌아오기 전, 까마귀가 울기 전 — 폭풍이 한창 그 사람을 데려가는, 가장 어두운 이어도의 밤.No. 066 · 1979괴목나무는 한 손으로 떠나는 이를 보내고, 한 손으로 남겨진 이를 붙든다. 떠남을 배웅하고 남은 슬픔을 품는 것 — 그것이 이No. 067 · 1983풍랑돌아갈 곳은 무너져도, 곁에 남은 존재가 있으면 삶은 다시 시작된다.No. 068 · 2003환상떠나지 못하고 놓지 못해 한 덩이의 돌이 된 사람과 말 — 돌이 되어서도 기다림을 거두지 못한 마음의 형상.No. 069 · 1994희망·의욕·평화 그리고 사랑희망이란 밝은 날을 믿는 일이 아니라, 어두운 날에도 하늘을 향해 손을 드는 일인지도 모른다.No. 070 · 1985검은 태양희망은 빛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빛이 없어도 서로 기대어 남는 일인지도 모른다.No. 071 · 1975일몰풍요는 많은 것에서만 오지 않는다. 옅은 한 빛 안에 여러 시간이 함께 머물 때, 비로소 깊이가 생긴다.No. 072 · 1986시간 속으로 저물다사람은 보이지 않고 말이 대신 기다린다. 기다림이란 그쪽을 향한 마음을 끝내 거두지 못하는 일인지도 모른다.No. 073 · 1993이별섬같은 바다 안에 있어도 둘은 각자의 섬빛이 된다. 사람도 말도 끝내 각자의 이별섬으로 남는다.No. 074 · 1996정오의 고독빛이 너무 많아 오히려 아무것도 닿지 않는다. 정오 — 가장 밝은 시간 속에서 가장 깊이 혼자가 되는 자리.No. 075 · 1979떠나가는 배그린다는 것은 붙잡아 두는 일이 아니라, 사라질 것을 가만히 놓아 보내는 일인지도 모른다.No. 076 · 1983떠나가는 배위로란 슬픔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그 슬픔 곁에 조용히 머물러주는 일인지도 모른다.No. 077 · 1978귀선돌아온다는 것은 떠나기 전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떠나온 자리의 뜻을 비로소 아는 일. 귀선은 존재가 자기에게 다시No. 078 · 1979선착장다 마르는 동안에도 기다림만은 마르지 않았다. 그 곁에 한 사람이, 풀리지 않은 짐보따리처럼 앉아 있다.No. 079 · 1987노송과 노인돌아서는 순간 배가 사라질 것 같아서, 보고 있는 동안은 아직 저기에 있을 것 같아서 — 노인은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다.No. 080 · 1979어느 흥겨운 바닷가의 한나절고독은 삶이 멎은 자리가 아니라, 세상의 작은 움직임이 더 또렷하게 들리는 자리다.No. 081 · 1990어디로답하지 않음으로써 함께 있는다. 바람에 떠밀리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는 것 — 그 막막한 멈춤이 이 들판에서 가능한 유일한No. 082 · 2004고음고음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자기 존재를 밀어 올리는 소리. 굽은 몸이 평생 품어온 한 음이 비로소 날개를 얻는다.No. 083 · 1981길고 긴 그리움잡으려는 것이 없어 줄이 없다. 기다림은 무언가를 얻는 시간이 아니라, 오지 않는 것을 향해 마음을 오래 두는 일 — 그래서No. 084 · 1992길고 긴 그리움그리움은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고 볼 수 있는 데까지 바라보다가 끝내 한 자리에 멈춰 서는 일. 닿지 못하는 마음만 수평선No. 085 · 1995그리움보이지 않는다고 기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움은 떠난 이를 마음속에 세워두고 함께 지키는 침묵의 시간인지도No. 086 · 1985그리움곁에 두고도 닿지 못하는 사람이 그립다. 부를 수 없는 이름을 나무라 부르며, 자식이라서 그 아래를 떠나지 않는다.No. 087 · 1996그리움떠남을 평생 그린 화가가 자식의 떠남을 그렸다. 날아오른다는 것은 잘 키웠다는 뜻 — 세 마리의 새는 아버지가 남긴 가장 큰No. 088 · 1982안녕"안녕"은 헤어짐과 돌아옴을 함께 담은 말. 붙잡지 않으면서도 잊지 않겠다는 가장 짧은 인사. 풀이 눕는 속도와 붓이 긋는No. 089 · 2006편지답장은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쓴다 — 쓰는 동안만큼은 떠난 이가 마음속에서 다시 마주 앉은 사람이 되므로. 그 사람과 나눈No. 090 · 2001시선절벽 위 말은 떠나가는 배를 마주하고, 우리가 나눈 모든 순간을 고요히 바라본다. 이별은 멀어짐으로 시작되고, 그리움은 더No. 091 · 1988회상가장 사랑한 것이 가장 흐릿하게 남는다. 말은 지워진 게 아니라 내 안으로 걸어 들어와, 이제 내가 숨 쉴 때마다 그 말도 숨을No. 092 · 2005이어도빈 배는 어부가 이어도에 가 닿았다는 유일한 증거. 이어도는 보이지 않으나, 돌아온 빈 배가 그곳이 있음을 말없이 증언한다.No. 093 · 1991귀로귀로란 바람이 그친 뒤에 걷는 길이 아니라, 지친 몸으로도 끝내 집을 향하는 일이다.No. 094 · 1990귀로모든 떠남 끝에 지쳤어도 돌아오는 하나가 있다. 끝내 제 자리로 향하는 마음 하나 — 떠남은 운명이었고, 돌아옴은 숙명이었다.No. 095 · 2004넓은 바다 좁은 길인생은 곧은 길을 찾는 일이 아니라, 굽은 길을 끝까지 걸어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굽은 선 위에 한 생의 시간이 놓여 있다.No. 096 · 1976제주모든 빛이 마른 풀잎색으로 가라앉기 전, 화가는 돌아온 곳을 오래 바라보았다. 말은 돌아온 몸으로, 아직 돌아오지 못한No. 097 · 1997난무풍토(Fūdo)란 보이지 않는 힘이 한 세계를 함께 살게 하는 일이다. 모두 따로 있는 듯하지만 같은 바람 안에 있다.No. 098 · 2004하루한 사람은 땅에서, 한 사람은 바다에서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마음으로 하루를 짊어진다. 그 땀으로 아이가 자랐다.No. 099 · 1990귀로평생 떠남을 그리던 손이 마침내 돌아옴을 그렸다. 보내던 사람이 맞이하는 사람이 되었다 — 떠남에서 돌아옴까지, 그 사이에No. 100 · 2013마지막 작품평생 그리던 것을 하나씩 덜어내고, 다 덜어낸 자리에 흐릿한 선의 말 한 마리만 남긴다. 유배를 끝내고 축복마저 내려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