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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PART I/STORY 01

STORY 01 · PART I · 끝이 가까워지니 보이는 것들

끝이 가까워지니

〈다시 이어진 길〉 · 1998

글 변정훈

다시 이어진 길
〈다시 이어진 길〉 · 1998

아침이면

방에서 일어나

이젤까지 걸어갔다.

몇 걸음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해마다

조금씩 멀어졌다.

이젤은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늙어서

길 하나를 그렸다.

한 번 휘고

잠깐 끊어진 듯하다가

다시 이어지는 길.

그 길 위에

노인 하나가 서 있었다.

선을 그었다.

한 번에

이어지지 않았다.

손이 떨렸다.

다시 그었다.

조금 비껴갔다.

젊을 때라면

지웠을 것이다.

반듯해질 때까지

긋고 또 그었을 것이다.

붓끝이

그곳으로 갔다.

그림 속 노인이 물었다.

“어디를

고치려 하오?”

나는

비껴간 곳을 가리켰다.

노인은

그곳을 내려다보았다.

“거기도

길이오.”

나는

붓끝을 거두었다.

다음 날 아침.

그 몇 걸음을

다시 걸었다.

어제보다

가깝지는 않았다.

이젤 앞에 섰다.

어제 그은 길이

비껴간 곳까지

그대로 있었다.

길은

그 모양으로

앞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그 길 앞에

오늘의 두 발만

가만히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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