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변시지
유배와 축복
화가 변시지 · 1926–2013
Oral History · 2004–2005
화가의 목소리
출전 — 『2005년도 한국 근현대예술사 구술채록연구 시리즈 · 변시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한국예술연구소
구술 변시지 · 채록연구 이인범 · 촬영 신광수, 박민주 · 전 307쪽
| 회차 | 일자 | 주제 | 핵심어 |
| 1 |
2004.12.03 |
출생과 성장 |
가족 · 서귀포 유년 · 일본 이주 · 오사카미술학교 · 데라우치 만지로 |
| 2 |
2004.12.04 |
도쿄에서의 화단 활동 |
데라우치 사사 · 광풍회 최고상 · 개인전 · 시세이도화랑 · 귀국 |
| 3 |
2004.12.24 |
귀국과 1950·60년대 한국 화단 |
귀국 동기 · 귀국전 · 초상화 제작 · 국전 개편 |
| 4 |
2004.12.28 |
서울 시대 — 남겨진 이야기 |
서울대 사직 · 정부의 감시 · 폭풍의 형상화 · 비원파 |
| 5 |
2005.01.18 |
제주도 시대 |
제주도행 · 비원화풍에서 제주화풍으로 · 추사 김정희 |
| 6 |
2005.01.19 |
예술과 풍토 1 — 제주도 |
제주 설화 · 대학 미술교육 · 이태리 전시 · 수묵화 |
| 7 |
2005.04.01 |
예술과 풍토 2 — 작품세계 |
독자적 작품세계 · 모델 · 기법 · 누런색 · 심상 풍경 |
제2차 · 2004년 12월 4일 · 「광풍회 최고상」
50호를 잘라 버렸다
50호는 조금 위아래 조금 더 있거든. 인물만 그리면 양쪽에 이 여백이 생긴단 말이야. 구성상 여백이 생기니까, 거슬리니까, 뭔가 그 인물 뒤에 테이블을 놓는다든지, 거기에 또 꽃병을 놓는다든지 —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그니까 내가 생각할 때는 인물이 아름다워서 그리는데 왜 옆에 있는 테이블이라든지 꽃병이라든지 가져다 놓느냐? 이건 무의미하다.
그것이 있으므로서 아름다우면 모를까, 화면을 메꾸기 위해서 그런…
그래서 내가 그 50호짜리를 인물 하나 딱 그리기 좋게 이렇게 짤라 버렸다고. 왁구도 특별히 그 사이즈에 맞게 주문하고. 액자도 기성된 거는 안 되는 거야. 액자도 따로 주문하고.
내 만의 형태지. 변형이야. 그래서 그런 50호 변형이지.
제4차 · 2004년 12월 28일 · 「폭풍의 형상화」
폭풍의 형상화
그래서 그 제주도에 가서 그 폭풍, 폭풍이라는 거는 제주도에서 폭풍에 시달리잖아? 사람들이? 초가집이 날아가고 뭐 농산물이 날아가고 말이지.
폭풍에 시달리는 시달림, 내가 한국에 와서 그런 수사기관에서 시달림. 이런 시달림에 대한 저항, 저항이 폭풍으로…
(이인범: 형상화된…)
그 심상표현을 형상화 한 거야. 예술로 승화시킨 거야, 예술로. 그런 의미도 돼. 보통은 아무도 모르지.
제7차 · 2005년 4월 1일 · 「제주도의 풍토와 제주화」
누런색은 어떻게 왔는가
그러다가 하루는 해변가에서 이렇게 보다 보니까, 태양빛에 딱 떠있는데. 하얀 것이 하얗다 못해서 누렇게 그런 변하는 현상을 봤다고.
사물이 고유색이 변해져 버리는 거야. 강열하게 빛을 비치니까 하얀 것도 하얗다 못해서 누렇게 색이. 그니까 모든 고유색이 변한다는 거죠.
그러면은 인제 제주도가 태양빛이 강열하게 비치는 고장이니까 다른 풍토와는 색이 다르지 않겠느냐. 그래서 제주도라고 하면 색으로 상징하면은 무슨 색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그래서 이제 누런색이 아니겠느냐 하는데 우선 착안을 하고, 착상하고.
제주도 사람들이 그 오죽 어려우면은 하얀 옷은 잘… 더러움을 잘 타니까. 그 퍼런 감을 익기 전에 것을 다져서 그 물로 이제 염색을 해서 입은 것이 — 옛날 사람들은 갈중이 옷이라 그래서…
제5차 · 2005년 1월 18일 · 「비원화풍에서 제주화풍으로」
가위로 오려 그렸다
(이인범: 75년도, 76년도 작품이 그렇게 많지 않으시죠?)
그 그림이 이제 비원파 그림에서 제주도 그림으로 옮겨야 되는 과정이니까. 그니까 기법이나 뭐 이런 거 다 버려서 새로운 제주풍의 기법을 창출해야 되기 때문에.
이 캔버스를 전 왁구에 들어가는 사이즈가 아니라 캔버스를 적당한 크기의 자기가 가위로 오려 갖고…
왜냐 하면은 이렇게 그려도 그림이 안 되니까 버리고, 저렇게 그려봐도 안 되고 해서 버리니까. 일일이 그 놈의 제대로 된 왁구에 끼어있는 캔버스에 하다가는 그렇게 할 수가 없잖아?
(이인범: 그 작품들은 그냥 다 버리셨어요?)
그 자리에서 지워버린다던지, 뭐 없애 버린다던지. 그니까 뭐 작품다운 작품이 나오겠어요?
구술 지도 →
구술채록 연구 해제 →
「인물이 아름다워서 그리는데」 — 이 앞 절이 핵심이다.
테이블과 꽃병은 예시일 뿐이다. 그가 말한 것은 불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있으므로서 아름다우면 모를까」— 아름다움에 기여하지 않는 것은 전부 불필요하다.
덜어냄이 아니라 고름이다.
「무엇을 뺄까」가 아니다.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가」를 먼저 정하고, 그 하나만 남긴다. 나머지는 저절로 빠진다.
그래서 캔버스를 잘랐다. 뺄 것을 다 뺀 뒤에 화폭이 작아진 것이 아니다. 가장 아름다운 한 부분의 크기로 화폭을 맞춘 것이다.
순서가 반대다.
그가 쓴 캔버스는 110 × 83 cm. 50호 규격(117 × 91)보다 7cm씩 작다. 캔버스를 자르고, 틀을 새로 짜고, 액자까지 따로 맞췄다.
이듬해 스승 데라우치 만지로는 제1회 개인전 추천사에 이렇게 적는다 — 「技巧のけがれが見えない」(기교의 더러움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여백을 「비운 자리」로 읽어 왔다. 아니다. 아름다운 것 하나를 고르고 나면 남는 자리다. 빈 것이 아니라 고르고 남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제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1948년, 캔버스를 주문할 때 시작되었다.